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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아동의 권리는 디지털 환경이라고 달라지지 않는다”
작성자 부산센터 조회 262
등록일 2024-11-26 수정일

[온라인 어린이 보호구역] 29. 김희진 변호사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온라인 세이프티'(Online Safety)에 대한 인식 확산, 아동을 위한 디지털 안전망 논의를 공론화하기 위해 '온라인 어린이 보호구역'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현재 아동은 비대면 중심의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지만 온라인상에 아동을 위한 보호장치는 오프라인 대비 크게 부족한 상황입니다. 온라인 상에서의 유해정보 노출, 사이버불링, 디지털성착취 등 실재하는 위협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망 마련이 시급합니다. 매주 월요일 온라인 세이프티를 위한 아이들과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영유아 시기는 인생의 여느 때보다 심리정서적 안정 및 애착관계의 형성이 중요한 만큼, 디지털 기술이 아동의 상호작용을 저해하거나 방해하지 않으려면 주변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베이비뉴스


기술혁명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세계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점이다. 더 이상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은 모든 곳에서 적용되는 불변의 법칙이 아니다 각종 기기를 활용해 지역과 국경을 뛰어넘어선 다른 세상을 볼 수 있고, 방금 일어난 세계 곳곳의 소식을 알 수 있으며, 본 적 없는 이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다. 이른바 알파 세대(Generation Alpha)인 아동들은 디지털 환경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쩌면 태아로 있을 때부터 중력이 지배하는 세상과 디지털이 매개하는 세상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이들이다. 즉, 오늘날 아동들에게 온라인 공간은 예외적이거나 구분된 장소일 수가 없다. 그 자체로 삶의 터전이다. 따라서 오프라인 환경에서의 아동권리 논의는 온라인에서도 적용되어야 하고, 오프라인에서 나타나지 않을 온라인 환경에서의 아동권리 보장을 검토해야 한다. 이는 정보통신기술 발전을 구현한 우리 사회 공동의 책무이다.

2021년 3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발표한 일반논평 제25호 「디지털 환경과 아동권리( children’s rights in relation to the digital environment)」는 아동의 권리 보장은 온라인에서도 마땅히 실천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더 세심하고 민감한 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설명한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4년 9월 「디지털 미디어와 아동권리(Digital media and children’s rights)」를 주제로 제21차 일반토론의 날(Day of General Discussions)을 개최한 이후, 2019년부터 약 2년에 걸쳐 아동을 비롯한 다양한 집단의 의견을 수렴하여 일반논평을 작성하였다. 특별히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디지털 환경 속 아동의 권리 보장을 위한 필수적인 기준으로 아동권리협약의 일반원칙, 비차별(제2조), 아동 최상의 이익(제3조), 생명·생존 및 발달(제6조), 아동의 참여와 의견존중(제12조)을 강조한다.

먼저 비차별(차별금지) 원칙은 디지털 환경에 대한 모든 아동의 평등하고 효과적인 접근성 보장을 말한다. 인공지능의 편향된 데이터나 정보 필터링, 프로파일링 등은 아동의 취약성을 더 높일 수 있기에, 아동의 정보가 불평등하게 수집되거나 이용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도은 중요하다.

아동 최상의 이익 원칙은 아동의 현재와 미래의 이익을 최우선의 가치에 두는 관점이다. 예컨대, 디지털 기술은 아동에 초점을 두어 개발된 것이 아닌 만큼 이를 접하는 아동에게 예상치 못한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기술 개발 단계에서 아동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을 탐지하는 과제도 마땅히 요구되지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면서 아동의 피해를 신속히 구제할 수 있는 절차도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앞서 아동의 세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없다고 짚었는데, 생명·생존 및 발달의 원칙은 아동의 안전한 디지털 이용과 접근의 관점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폭력과 성착취, 마약 범죄는 물론, 디지털에서 파생된 각종 신종범죄 등 위험의 범위는 빠르게 확장되고 있고, 아동은 피해 당사자이면서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디지털 환경을 어떻게 조성했을 때 아동이 위험하지 않을지, 그러면서도 아동의 접근을 부당하게 제약하지 않을지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하다. 기술 개발의 결과는 아동의 ‘선택권’을 온전히 보장하려는 노력과 함께여야 한다. 더불어, 영유아 시기는 인생의 여느 때보다 심리정서적 안정 및 애착관계의 형성이 중요한 만큼, 디지털 기술이 아동의 상호작용을 저해하거나 방해하지 않으려면 주변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동은 바라보는 세상을 수용하고 이해하고 학습한다. 따라서 영유아를 둘러싼 환경이 디지털에 지배당하지 않도록 하는 어른의 역할은 디지털 속 아동권리를 지키는 유효한 수단이다.

팬데믹 시기에 급격히 도입되었던 온라인 수업은 여러 우려도 있었던 반면, 아동의 평등한 참여권 보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다. 교실의 앞과 뒤, 교사와의 거리에 무관하게, 개별 아동이 교사와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활용되는 기회였다. 학교 수업 외에도, 인터넷을 통한 사회적 참여의 기회는 더욱이 확장되었다. 디지털 기술은 누구나 자연스럽고 적극적으로 시민성을 발현할 수 있는 매개가 된다. 다만, 아동들이 가지는 표현의 자유, 참여의 권리에 미치는 디지털 기술의 긍정적인 의미를 강화하려면, 그 과정에서 이용되는 아동의 개인정보, 사생활, 사상 및 의사의 자유 등이 노출되거나 과도하게 수집되는 결과를 예방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디지털 세상에 남긴 발자국은 아동의 인생 궤적과 다름이 없는 만큼, 필연적으로 아동의 인격권 침해 우려와 맞닿아 있다.

마지막으로, 아동권리의 기본원칙들은 점진적으로 발달하는 아동의 역량을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방법과 함께 긍정적으로 쓸 줄 아는 역량은 결국 개인의 몫이다. 이는 경험과 훈련의 결과일 따름이다. 금지와 규제가 아니라, 자율성과 능동성에 대한 존중이 있을 때, 권한의 부여와 인정이 있을 때, 아동은 현명하게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주체로서 성장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에 휘둘리지 않는 노련함도 자신에 대한 신뢰와 의지에서 비롯될 것이다. 그리하여, 아동의 권리는 디지털 환경이라고 달라지지 않음을 거듭 강조한다. 국가와 사회의 더 큰 주의 의무와 노력이 요구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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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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