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임경임 행복한육아연구소 소장 “엄마, 나 학교 안 가도 돼?” “응, 그래. 쉬어.”
이 짧은 대화 속에는 부모의 사랑도, 아이에 대한 걱정도 담겨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학교에 가지 않는 일이 일상이 되고, 말수가 줄고, 표정이 사라진 아이를 떠올려 보면, 그것은 과연 ‘괜찮은’ 선택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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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지 않는 아이,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
학교 현장에는 언어의 표현력이 현저히 부족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이나 요구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질문을 들어도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이는 아이들. 놀이터에서도, 수업 시간에도 조용히 앉아 있는 그 아이들을 우리는 ‘얌전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침묵 뒤에는 의사소통 능력의 결핍과 자존감 저하, 사회적 고립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어는 단순한 지식의 도구가 아닙니다. 언어는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고, 세상과 연결되는 가장 중요한 능력입니다. 말을 잃는다는 것은 곧 자신을 잃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 허용적 부모, 보호인가 방임인가
요즘 많은 가정에서 보이는 양육 태도는 ‘허용적’입니다. 아이가 원하면 들어주고, 싫다고 하면 강요하지 않는 것. 아이의 자율성과 감정을 존중한다는 명목으로 모든 것을 허락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이의 ‘회피’까지도 허용되는 경우입니다. 학교에 가기 싫다 말하면 이유를 묻지 않고 결석을 허락하고, 친구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혼자 있겠다는 아이를 보호한다며 지켜주기만 합니다.
결국 아이는 세상과 부딪히지 않고 자라며, 말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만 반복하게 됩니다. 표현은 줄고, 경험은 닫히고, 자아는 성장을 멈춥니다.
◇ 아이의 ‘작은 말’에 귀 기울일 때
의사소통이 부족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말을 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아이가 마음을 열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안전한 대화 환경, 반복적인 언어 자극, 감정을 담은 상호작용이 필요합니다. 또한 허용이 아니라 이끌어주는 양육이 중요합니다.
"학교 안 가도 돼?"라는 질문에, “오늘 무슨 일이 있었어?” “무슨 기분이야?” “네가 힘든 걸 엄마가 도와줄게.”
라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부모의 대화 방식이 곧 아이의 언어 세계가 됩니다.
◇ 침묵을 방치하지 말아야 합니다
말하지 않는 아이는 그저 ‘조용한 아이’가 아닙니다.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는 단지 ‘수줍은 아이’가 아닙니다.
우리가 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학습의 어려움, 또래관계의 단절, 그리고 정서 발달 지연이라는 또 다른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학교와 지역사회는 언어 표현력이 부족한 아동에 대한 조기 진단과 언어 중재, 그리고 부모 대상의 양육 상담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부모는 아이의 ‘회피’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세상과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단단한 다리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임경임 행복한육아연구소 소장은 중앙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직장 및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아동인권강사, 아동학대예방 전문강사, 대학에서 강사로 활동 중이며, 행복한 육아연구소 소장으로 어린이 교육과 보육 현장에서 연구와 실천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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