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장 건강 위해서는 여름철 식생활에 주의해야"
【베이비뉴스 윤정원 기자】
무더위의 시작과 함께 냉장고 문을 여닫는 아이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시원한 음료수, 빙과류로 더위를 식히겠다고 연신 찬 것을 찾는다. 덥고 습한 날씨 속에 음식이 상하는 일도 많다. 자칫 보관한 음식이 상한 줄 모르고 그대로 섭취했다가 설사와 복통에 시달릴 수 있다.
◇ 오염된 음식물 섭취 후 시작되는 설사와 복통
여름은 이래저래 장이 고달픈 계절이다. 특히 상한 음식을 먹고 급성 장염, 이른바 식중독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급성 장염은 다양한 세균, 바이러스, 원충에 의해 오염된 식품, 물 등을 먹고 발병하게 되며 설사와 복통, 구토, 고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살모넬라, 비브리오, 대장균 등 세균에 의한 급성 장염은 음식이 상하기 쉬운 여름철에, 노로바이러스, 로타바이러스 등에 의한 급성 장염은 주로 겨울철에 유행한다.
아이누리 한의원 박희연 원장은 “아이가 급성 장염으로 설사를 많이 한다고 해서 임의로 지사제를 먹이거나 금식을 하면 안 된다. 설사는 세균과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과정이며, 대신 탈수와 탈진을 예방하기 위해 충분한 수분과 적당한 영양 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지근한 보리차도 좋고, 전해질 음료나 스포츠 음료, 과일즙을 희석한 물을 먹이는 것이 좋다. 쌀죽, 연두부, 바나나 간 것 등 소화가 잘되는 가벼운 유동식을 먹이되 유제품은 피하도록 한다. 대부분의 장염은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1주일 내에 저절로 가라앉는다.
◇ 오래 가는 설사와 복통, 부모가 따져봐야 할 것
만성 장염은 배변 이상과 복통이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급성 장염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았거나 뚜렷한 원인 없이 설사, 복통, 소화흡수장애, 복부팽만감 등의 증상이 오랫동안 지속된다.
여기서 아이의 만성 장염과 크론병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두 질환 모두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이라는 점에서는 같아 보일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인 크론병은 과도한 면역 반응에 의해 식도, 위, 소장, 대장, 항문에 이르기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염증이 나타날 수 있는 반면, 만성 장염은 소장과 대장에 만성적인 염증이 나타난다. 만성 소장염은 설사, 복통, 소화흡수장애를, 만성 대장염은 설사, 복통, 복부팽만감을 주 증상으로 한다. 크론병 역시 설사, 복통을 주 증상으로 하며, 미열, 식욕부진, 체중감소, 항문질환 등을 동반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청소년(만 10~19세) 사이에서 크론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더욱 세심히 살펴야 한다.
◇ 장염 잦은 아이, 소화 흡수 문제로 성장부진 염려
아이누리 한의원 박희연 원장은 “급성 장염, 만성 장염, 크론병 등이 성장기 자녀에게 심각한 이유는 복통과 설사 그 자체로도 힘들지만, 영양의 소화와 흡수 과정 등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워 키, 체중 등 성장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먹을 때마다 복통과 설사가 오면 아이 스스로 먹는 것, 외출하는 것, 친구들과 노는 것 등을 꺼릴 수 있다”고 말한다. 장 기능의 문제로 소화흡수장애가 있다면, 아이의 영양 상태가 나빠지는 데다 장내 유익균의 수도 감소해 면역 기능 역시 저하돼 잔병치레에 시달 수 있다.
아이의 장 건강을 위해서는 여름철 식생활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음식을 조리할 때는 반드시 손을 씻고, 식재료에 따라 조리 기구를 달리하며, 80℃ 이상의 열로 7~8분 이상 조리한 후 먹는다. 음식은 조금씩 조리해 남기지 않도록 하거나, 남은 음식은 당일에 한해 냉장 보관한다.
다만, 한방에서는 ‘생냉지물(生冷之物)’이라 하여 날 것이나 찬 음식이 위장을 상하게 하고 비위를 약하게 한다 하니, 과도한 여름 과일 섭취는 경계해야 한다.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참외와 수박 등 서늘한 성질의 과일은 실온에 잠시 두었다가 먹는 게 좋다. 참외와 수박이 부담된다면, 사과, 매실, 복숭아 등 완만한 성질의 과일을 먹이는 것도 아이들 배앓이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배를 항상 따뜻하게 해주는 것 역시 설사나 복통 없는 즐거운 여름을 보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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